최근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카드업계는 향후 지급결제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드사들은 당장에는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 시 향후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8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을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으로 명명하고 디지털자산 발행을 인가받을 수 있는 자기자본 요건을 10억원 이상으로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보다 구체화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금융권의 화두인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달러 등 법정 화폐에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암호화폐를 말한다.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과 운용에 대한 법적 틀을 마련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에서 원화에 기반한 스테이블 코인 도입 필요성이 부상했다. 이재명 정부도 한국을 디지털자산 허브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만큼 원화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카드업계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 시 파급력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과연 달러 기반의 원화 스테이블 만큼 이점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카드사를 비롯해 금융권에서도 아직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한 분위기다. 아직까지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가상자산 결제기업 리닷페이가 국내에 선보인 스테이블 코인 실물 체크카드도 카드업계에 큰 긴장감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리닷페이의 실물카드 발급은 중단됐으나, 카드 없이 애플페이에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가상 카드 발급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리닷페이의 스테이블코인 실물 카드는 현재로서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없다”며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신용을 공여하는 카드의 결제 기능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카드사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상용화되면 카드사,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VAN사 등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해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되면 신용카드를 제외하고 체크카드의 역할은 대체될 수도 있다”며 “업계에 위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법제화 움직임을 좀 더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스테이블 코인 도입 논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열린 물가안정상황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발행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지급결제 업무가 은행에서 비은행으로 이전될 경우 은행의 수익성이나 사업구조 변화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